가상자산 시장의 조용한 주인공이었던 ‘스테이블코인’이 이제는 결제 수단을 넘어 ‘신용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 6%의 예치 수익률, 담보 대출, 실시간 결제 — 이 모든 것이 ‘코인’이 아닌 ‘디지털 달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1. 스테이블코인, 투자자가 다시 보기 시작한 ‘디지털 달러’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위상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140억 달러(한화 약 430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2021년 비트코인 전성기 때보다도 큰 규모로,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중심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가격 안정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 실물 통화에 1:1로 연동되어,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는다.
둘째, 높은 접근성과 수익률이다. 기존 은행 예금이 연 2% 미만의 이자를 주는 반면, 스테이블코인 예치 상품은 4~6%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셋째, 글로벌 유동성이다. 국가 간 송금이나 결제가 몇 초 만에 끝나며, 수수료는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이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의 안정판’이자, 동시에 ‘디지털 금융상품의 출발점’이다.
은행 예금처럼 안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이중 구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캔어코드 제뉴이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결제수단을 넘어 ‘인터넷 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코인 투자자만의 영역을 벗어나, 전통 금융과 맞먹는 신용자산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2. “이율은 은행보다 높고, 대출도 가능하다” — 디파이가 만든 새로운 금융 생태계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배경에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의 폭발적 확장이 있다.
디파이는 기존 금융기관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대출, 예치, 이자 지급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즉, ‘은행 없이 은행 일을 하는 금융 구조’다.
2025년 3분기 기준, 디파이 시장의 총예치자산(TVL)은 1,700억 달러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상당수가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디파이 서비스는 에이브(AAVE), 모포(Morpho), 오일러(Euler) 등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다른 사용자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얻을 수 있다.
은행에 예치하면 2% 남짓이지만, 에이브에서는 연 6% 내외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10,000 USDT(약 1,400만 원)를 예치하면, 플랫폼이 이를 대출자에게 빌려주고, 대출 이자의 일부가 나에게 돌아온다. 게다가 언제든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 유동성도 높다. 이러한 고금리 구조는 왜 가능할까?
그 이유는 중간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디파이는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기관 없이 ‘스마트 계약’이 자동으로 거래를 처리하기 때문에, 이익이 투자자에게 직접 돌아간다.
즉, 은행의 이자 수익 구조를 분해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인 셈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바이낸스 USDT 예치 상품: 연 5~6%
코인베이스 USDC 예치 상품: 연 4.1%
크라켄 USDT 예치 상품: 연 4.25%
달러와 1:1로 연동된 자산을 맡기고, 은행보다 2~3배 높은 이자를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은 이를 “디지털 머니 마켓 펀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대출 규모는 누적 6,700억 달러에 달한다.
평균 대출액은 7만 6,000달러 수준이며, 올해 8월에는 1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투기 시장이 아니라, 실제 신용 거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기회와 리스크 — 투자자의 현실적 판단

스테이블코인의 매력은 분명하지만, 무조건적인 안전자산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현실적 요소는 세 가지다.
① 규제 리스크
현재 미국과 유럽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국가별 제도 차이가 크다.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국가에서는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제도권 편입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② 발행사의 신뢰성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그동안 준비금 투명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계법인 감사를 강화하며 불신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투자자는 단순히 이율만 볼 것이 아니라, 발행사의 재무구조와 준비금 공개 수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③ 스마트계약 및 해킹 리스크
디파이는 중앙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의 보안이 곧 ‘신뢰’다.
해킹으로 인한 손실은 종종 복구가 어렵다.
따라서 플랫폼 선택 시, 보안 감사(Audit) 여부와 보험 커버리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이 주는 이점은 단순한 수익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바로 ‘금융의 자유도’다.
은행의 영업시간이나 송금 제한 없이, 누구나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금융 시스템이 주지 못한 경험이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 지역 은행 부실 등으로 전통 금융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히 투자수단을 넘어, 미래 금융 인프라의 기반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코인 투자’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의 중심 자산이 되었다.
연 6% 수익률, 실시간 대출, 글로벌 송금 — 이 모든 기능이 블록체인 기반의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투자자에게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과 수익성의 절묘한 균형점이다.
물론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규제가 명확해지고 제도권 편입이 현실화되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의 달러’, 나아가 글로벌 신용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결국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달러는 안전하지만 수익이 낮고, 코인은 위험하지만 수익이 높다.”
그 사이의 완충지대 — 바로 스테이블코인이 그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