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 중에서도 1억 원 이상을 베팅하는 ‘큰손 개미’들의 움직임이 급격히 늘어나며, 시장의 새로운 주도세력이 되고 있다.

1. 코스피 4,000 시대, ‘큰손 개미’의 귀환
10월 한 달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의 1억 원 이상 대량 주문은 하루 평균 2만 8,72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의 1만 8,957건 대비 52% 급증한 수치로, 2021년 8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1만 6,000건 수준이던 대형 주문이 10월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반짝 매수세’가 아닌 심리적 전환점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1️⃣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수출 개선 기대감
2️⃣ 미국 기술주 강세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 온(risk-on) 분위기
3️⃣ AI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 성장 기대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개인 투자자들까지 대형주 중심 매수세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즉, 과거 테마주 중심의 ‘단타 장세’에서 벗어나, 실적과 산업 경쟁력에 기반한 선택적 투자 흐름으로 변화한 셈이다.
2. 큰손 개미’가 쓸어 담은 종목 — AI·반도체 중심의 베팅

10월 한 달 동안 개인의 대형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1억 원 이상 거래 건수가 무려 6만 243건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성과를 내며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식 공급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됐다.
이재용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을 통해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도 시장에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다.
2위는 SK하이닉스(4만 3,787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HBM 시장의 진짜 강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원전 관련 기대감으로 두산에너빌리티(2만 9,116건),
플랫폼·AI 검색 고도화 기대가 반영된 네이버(1만 8,235건),
조선·방산 호재로 주목받는 한화오션(1만 7,48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삼성SDI(1만 3,270건), 한미반도체(1만 2,980건), 현대차(1만 855건) 등도
AI·전기차·반도체 공급망이라는 신(新)성장 테마의 핵심축으로 포함됐다.
즉, ‘큰손 개미’들은 단순히 단기 급등주가 아닌,
AI 반도체 → 친환경 에너지 → 첨단 제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성장 산업에 집중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3. 이번 랠리, 단발성일까? — 전문가 진단
일각에서는 코스피 4,000 돌파가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증권가는 이번 랠리가 단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고 있고,
유동성 장세가 내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반도체 수요는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적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IT·데이터센터 기업들은 HBM, AI 칩, 전력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수혜는 2026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또한 한국은 미국·일본·대만과 달리 AI 반도체 및 디램(DRAM) 생산 경쟁력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로,
이번 시장 상승이 단순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아닌 국내 산업 경쟁력의 반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4. 리스크 요인과 향후 관전 포인트
그러나 모든 긍정 요인에도 불구하고,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랠리의 핵심 동력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AI 투자였다”며
“두 요인이 약화될 경우 시장은 반드시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11월 이후 시장의 주요 변수는 다음 세 가지다.
1️⃣ 미국의 금리 정책 방향 —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다시 빠질 수 있다.
2️⃣ 물가 및 고용 지표 —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상승하면 긴축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
3️⃣ AI 산업 성장세 지속 여부 — 기술 혁신 속도가 둔화되면 반도체 수요 전망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추격 매수”보다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AI 반도체, 원전, 2차전지, 조선 등 산업 간 순환 매수 흐름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결국 코스피 4,000을 만든 주역은 ‘큰손 개미’들이었지만,
이들의 베팅이 지속적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글로벌 경기 흐름과 기술 투자 사이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큰손 개미’의 선택, 내년에도 통할까
2025년 10월의 증시 랠리는 단순한 상승장이 아닌,
개인 투자자 중심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은 더 이상 단기 테마나 급등주에 의존하지 않고,
AI 반도체·에너지·첨단 제조 등 실질 성장 섹터 중심의 전략적 투자로 이동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더라도,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이라면
이들의 베팅은 단발성 ‘광풍’이 아닌 중장기 성장 스토리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대체 뭘 산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그들은 ‘꿈’을 산 것이 아니라, 기술과 실적이 뒷받침된 미래 산업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향하고 있다.